느리게 읽는 사람에게도 열려 있던 자리
저는 책을 느리게 읽는 편이라 이번에도 다 읽지 못하고 갔습니다. 그런데 한강의 「흰」은 오히려 몇 문장만 붙들고 이야기하기 좋은 책이더라고요.
강보, 배내옷, 눈, 소금처럼 '흰' 것들을 하나씩 불러오며 먼저 떠난 존재를 애도하는 글이라, 각자 마음에 걸린 단어가 달라서 그 이야기만으로도 한참이었어요.
옅은 색의 알자스 리슬링이 책의 흰빛과 묘하게 겹쳐서, 사장님이 와인을 건네며 곁들인 몇 마디가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.
창밖이 일찍 어두워지는 계절이라, 낮은 온도의 대화가 천천히 이어졌습니다.